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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이의 여름 나기

사람들의 시선, 그러나 그건 이해 부족이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여름에 제인이를 데리고 외출하기는 생각보다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제인이는 여름, 그것도 삼복 더위인 8월에 태어났거든요.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더위를 엄청 답니다. 제인이가 돌이되기 전이었는데 안양역사에 롯데백화점이 들어섰다고 구경삼아 갔다 온 일이 있습니다. 한 6월쯤이었을까요? 같은 아파트 앞 동에 사는 아는 언니와 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전철타고 가야 하기에 유모차는 계단 오르내리기 불편할 것 같고 기저귀 가방도 있기에 그냥 업는 띠를 두르고 갔지요. 반팔, 반바지에 양말만 신기고 (그 당시 의족이 없었으니깐) 들쳐 업고 전철을 탔답니다. 낮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자리는 군데군데 비었지요. 그냥 애를 업은 상태라 앉기도 뭣하고 또 몇 정거장 안가는 관계로 그냥 떠들면서 서 있었답니다. 사람들의 표정은 가지가지...... 신경 안 쓴다고 하지만 그래서 사람인지라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더라구요. 일부러 안 쳐다보는 사람,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보는 사람, 아예 넋 놓고 보는 사람, 쑥떡거리는 사람....... 그중 옆에 며느리인지 딸인지와 손녀랑 같이 앉아 계시던 용기 있는(?) 할머니가 물어봤답니다. 그래도 첫마디는 ‘애 업고 힘들텐데 저기 빈자리 앉지 그래요’ 였습니다. 그 순간 그 공간의 사람들이 모두 이쪽으로 안테나를 세운 느낌이더라구요... 그래서 애를 업어서 서 있는 것이 편하다고 대답하고 계속 떠들었답니다. 엄마라는 사람이 그냥 신경 안 쓰고 대답을 해서 그런지 안심(?)하고 본격적으로 물어보더군요. “ 뭐, 약 같은 것 잘못 먹었수? ” 그 순간 갑자기 열이 확 치밀었지만, 웃으며 대답했지요. 그 공간 사람들 모두 듣는 듯했고 해서 어느 정도는 설명이 좋지 않을까 싶었답니다. 그냥 퉁명스럽게 “아니오” 하고 말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삐딱하게 나가면 오히려 안 좋은 인식이 생길까봐 간략히 설명 했지요. “ 그게 아니고요, 병원에서 원인 불명이라네요. 여러 가지 검사를 해도 안나오니 그냥 환경 탓인 것 같다고만 하네요. 이런 아이가 요즘 많이 출산된다 더라구요. 무조건 약 잘못 먹어서 이런 장애가 생기는게 아니랍니다.” 그냥 그런 식의 얘기를 하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나보더라구요, 그 며느리인지 하는 분도 그냥 ‘아기 이쁘다’ ‘지금 몇 개월인지’ 정도만 물었고(아마 같이 아이 낳고 키우는 입장이라고 생각 되었나봐요), 5살 정도의 여자아이도 “누구(친척인지) 보다 이쁜 것 같다‘ 는 얘기도 하고..... 그 다음 내가 느낀 것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이젠 궁금함이나 혐오(?) 같은 눈빛이 아니고 그냥 이해의 눈빛 아님 동정의 눈빛으로 변하는 것 같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보면 이 일은 엄마인 나의 시험인 것 같기도 했고, 앞으로 있을 어떤 일을 좀더 잘 헤쳐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때 아무 설명 없이 남의 일에 신경 쓰지 말라는 듯이 그냥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면 그 사람들의 생각이 장애아이에 대해 좋은 쪽으로만은 흐르지 않았을꺼라고 생각 됩니다.
숩작 처음 먹던날..난.. 그날을 잊을 수없어...
사실 그 때 내 대답이 어쩌면 장애가 생긴 것이 엄마 잘못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고 싶었고,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의 잘못도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건데, 그리고 장애란 그렇게 끔찍하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걸 얘기 하고 싶었는데 좀더 조리있게 설명을 못한 내가 한심하게 느껴질 때도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첫 질문은 그래도 너그러운거랍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어떤 여자는 음식물 쓰레기 버리고 오다가 엘리베이터 같이 탔는데 첫마디가 그러더군요.“ 애 아빠 잘 생겼던데..... 애가 왜 그런건데?” 하며 반말에 이상한 이유(잘생긴 사람은 장애아를 낳아서 키우면 안되나? 아님 엄마는 못생겼다는 걸까 등의 여러 가지 의문이 들게 하는 말들)를 대며 질문하는 그런 교양 없는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 여자는 항상 비스토를 장애인주차장에 세우죠. 제인이가 커가면서는 혼자 감당해야 할텐데, 이런 질문 하나에 상처 받지 않으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런지가 관건이고 엄마로서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요. 그렇다고 너무 치마폭에 감싸고 돌건 아니고요, 그냥 제인이라는 나무가 잘 자라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게 받쳐주는 버팀목이 되었으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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